「성공하는 아이로 키우는 육아」 리뷰
'나는 과연 우리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하는 물음은 하루에도 수 없이 찾아온다. 육아에 왕도가 없으니 점수로 매길 수도 없는 일이고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와 다르니 다른 부모와 나를 견주어 볼 수도 없어 이런 물음은 항상 허공에 대고 미안함과 답답함으로 끝이 난다.
그럴때마다 육아서적을 읽으면서 알아 볼 길이 없는 나의 육아 건강지수를 여러모로 체크 해 보기도 하고, 알지만 지나치게 되는 것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된다.
스스로를 책망하려고 읽는 책은 아니지만 육아서의 끝은 항상, 우리 아이에게 독이 되었던 나의 행위들에 대한 반성이다.. 갈 길이 멀다.
제목에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은 실로 내용이 방대하고 나는 그 넓은 세계를 다 담지 못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는 육아'란 제목은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기에, 읽어보기로 했다.
기본에 충실해야 성공한다... 이런 내용이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최고의 교육자 '가토 다이조'이다. 우리와 일본은 높은 교육열, 교육환경이 무척이나 비슷한 탓에 부모의 태도, 아이들에게서 오는 반응도 비슷한 모양이다.
저자는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 나는 우리 아이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아주 사소한데서 부터 진정있는 애정을 담아 아이를 대하라고 강변한다.
얼핏 생각하면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라는 말 같기도 하고 기본에서 길을 찾으라는 여타 육아서와 다를 바 없는 접근이라고 생각되지만, 전혀 다른 본질이었다.
'가토 다이조' 역시 제일먼저 '마음교육'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 책에서 마음교육은 기본,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출발해야 하며 나의 마음이 아닌 남의 마음을 어루만질줄 알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사'말고 '마음을 담아 인사하는 법'을 / '미안해'라는 말보다 '미안해 하는 마음'을 가르쳐라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 아빠를 제외해 가장 빨리 가르치는 말이 '안녕', '안녕하세요'일 것이다. 조금 더 커서는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한다', '밝게 인사를 해야 한다' 등, 조금더 살을 붙인 강요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인사는 사람을 만나면 해야하는 의례적인 행위가 되고 만다.
저자는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고 자신을 격려하는 말'이라고 하며 우리가 알고있는 '안녕(安寧)'의 의미를 그대로 담아 남에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고 옳다고 한다. 아이들은 '안녕'의 의미를 도통 알 수 없겠지만, 부모인 내가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은 "건강하세요/행복하세요/나는 너를 걱정하며 사랑해" 하면서 아껴 주는 거야- 라는 식으로 '안녕하세요'에서 전해지는 마음을 알려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미안해', '죄송합니다'라는 말들도 마찬가지다.
[사과는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하지만 "사과하면 될 것 아냐"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에게 "사과해"라고 말하는 것이 마음 교육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그 이유를 납득한 후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마음 교육이다. 아이에겐 먼저 설명할 기회를 줘야하며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어야 한다. 사과는 그 다음이어야 한다. - 본문에서 - ]
저자는 이렇듯 매우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부터 진심이 있는 애정을 쏟는 것이 육아의 성공을 판가름한다고 본다.
말에는 뜻과 사람의 마음이 담기기 마련인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수없이 반복하는 인사와 감정 표현에서도 자녀에게 깊은 따뜻함을 전하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할아버지의 말씀 같기도 하고, 원로 학자 다운 가르침인 듯 하다.
의무감은 사랑이 아니다.
심리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모들의 심리 상태를 짚어냈는데 우수하고 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의 마음은 알아보지 못한 채 완벽만을 추구하는 부모들,
그리고 자립심 강하고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알고보면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부모들의 행태와 심리를 들어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애정이 없는 부모는 소풍 도시락을 만들 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넣기 보다 '화려한 도시락'을 만드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와, 대단하다"라고 말할 도시락을 만든다. 하지만 아이는 친구의 주먹밥을 먹고는 도시락을 남겨온다. - 본문에서 -
최근에 일본에서는 야외 활동 붐이 인다고 한다. 코카서스 지방의 사람들이나 미국 인디언들에게는 야외 활동이 생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야외 활동이라고 하면 캠프나 오토캠핑 같은 특별한 활동을 떠올린다. 바로 이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생활 속에서 즐기는 것이다. 유행에 뒤떨어질까봐 캠핑카를 사서 캠핑을 갈 필요는 없다. -본문에서-
내가 육아에서 제일 조심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빛좋은 개살구'식 육아이다. 육아라는 것이 매번 아이에게 동의를 구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나의 행복보단 아이의 행복을 위한 길이니 아이가 느끼는 감정, 약동하는 의지가 제일 중요할 텐데 가끔도 아닌 자주 그것을 잊는 나에게 매우 뜨끔한 구절들이었다.
예전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 줄거리를 다 말할 순 없지만, 영화에서, 부족함 없이 최고의 환경에서 엄마아빠의 보호를 받고 자란 아이가 6살에 친모-친부에게로 가 새로운 환경에서 살게 되는데 부모에게 천금같은 내 아이는 새로운 집에서 너무나도 빠르게 적응해 살아간다. 6살까지 키워온 부모에게는 친모-친부여서가 아닌, 새로 맞이한 부모는 학원도 보내지 않고 하기 싫은 피아노를 억지로 시키지오 않고 사람들 앞에서 아직은 아이가 하기 힘든 규율들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종일 뒹굴고 함께 할 뿐이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를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부모의 애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하고 부모와 아이가 마음으로 교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애정에 논리는 필요 없다. "규범이고 나발이고 너무 예뻐 죽겠어!"라는 부모의 마음이 있어야만 아이의 마음이 채워진다고 한다.
이토록 예쁜 자식이니 '빛좋은 개살구'를 특히 조심해야 겠다.
저자는 일본의 원로 교육자인데 성공한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아이들의 차이를 부모의 육아 방법에서 나오고 그 육아방법들은 아이를 대하는 애정의 진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아주 논리적으로 들렸다.
동시에 사소한 육아방법에서 오는 차이를 수많은 예를 들어 이야기 해 주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원로 학자의 내공인가 보다.
오랜만에 만나는 진지한 육아서, 또 진부하지 않은 내용들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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